4달간의 긴 레이스가 끝났다. 축포를 터뜨리는 곳도 있었지만 내가 속한곳은 적막만이 찾아왔다. 이상하게도 눈물도 나오지않았다. 터덜터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와 죽은듯이 잠들었다. 그리고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있었다. 어두워 불을켜고 좁은 방을 둘러봤다. 집안을 거의 내팽겨쳐뒀기때문에 여기저기 널부러진 옷과 짐들. 더러워진 부엌과 싱크대. 곳곳의 먼지와 머리카락들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해야겠단 생각보다 먼저 든 생각은 집에 우산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평소 잡동사니 사는걸 좋아하고 충동구매 잘하고 지름신을 종교처럼 받들어 모셨던 방엔 물건이 엄청 많이있었다. 그런데 가장 필요한 우산이 없다니! 방엔 넘치도록 물건이 많이있었다. 쓰레기도 제때 안버려서 넘칠정도로. 옷도 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