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반짝반짝 챌린지/미니멀라이프

버리기 13회차 (책꽂이 통째로 비우기)

멜리에(mealea) 2020. 10. 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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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이었다.

지하철 타고 집에 가면서 미니멀리즘 관련한 책을 읽고 의욕에 불타오른 채로 집에 도착!

뭘 버리지 하고 생각하던 차에 4단 책꽂이가 보였다.

중고나라에서 5천원 주고 업어온 물건으로, 깔끔하게 책만 넣어야지 생각했던 것도 잠시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잡동사니를 그냥 닥치는 대로 넣어두고 말았다.

 

해충의 둥지를 보는 것처럼 애써 외면하고 살고있었지만 볼때마다 신경쓰였다. 그러면서도 버릴 생각을 못했는데

어제 드디어 버렸다.

 

차분한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틀어두고, 마스크를 끼고, 본격적으로 버리기 시작했다.

 

전공공부를 하면서 샀던 국제정치학 책들, 공부할때 쓴 공책들

웨딩박람회 갔다가 받아온 잡지를 비워냈다.

 

그리고 나의 잊지못할, 즐거운 추억이 담긴 캄보디아의 시간을 나타내주는 물건들

파견 당시에 다같이 찍었던 사진

현지에서 커피 내릴때 썼던 커피드리퍼

현지어를 배우기위한 책, 사전

캄보디아에서 가끔 도시락을 싸다녔는데 그때 썼던 락앤락 도시락통

수영장 갈때 입었던 래쉬가드 하의

 

그리고 비우는 김에 구석구석에서 쓰레기도 찾아냈는데

왠지 모르게 쌓여있던 뽁뽁이

빈 플라스틱 수납상자

그리고 왠지 예뻐서 놔뒀던 술병

 

그리고 대망의 책꽂이!

책꽂이는 돈을 주고 버려야할 것 같아서 일단 현관문 앞에 세워두었다.

주말에 날 잡아서 폐가구 스티커를 사서 비우는걸로!

 

이만큼이나 비워냈더니 드디어 조금 집이 숨통이 트여진다.

그 전에는 청소하는게 정말 싫었는데

비우고 나서부터는 즐겁게 청소를 하고 있다. 테이프 클리너로 싹 밀고나서, 물걸레로 닦는 일이 이제는 즐거워지려고 한다.

 

물론 저만큼을 버릴때 마음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버려도 괜찮나? 나중에 필요한거 아닐까?

그리고 빈 공간이 뭔가 너무 어색해! 라는 생각도 든다.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나 스스로가 어딘가 불안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청결하고 깨끗하게 홀가분한 삶에 오늘도 한발짝 다가간 것 같아 불안하면서도 설레이고 허전하면서도 기쁘다.

조금 더 비우다보면 더 더 홀가분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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