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반짝반짝 챌린지/미니멀라이프

버리기 10회차 (추억의 물건 버리기)

멜리에(mealea) 2020. 10. 1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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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도 비워도 끊임없이 물건이 나오는게 정말 놀랍다. 이번 주말을 활용해 왕창 버리면서 스스로에게 놀랐다. 이 많은 짐들을 대체 어디다 두고 살았나하고. 몇년간 쓰지도 않아서 먼지를 풀풀 뒤집어둔채 방치해둔 물건들을 버리면서, 이렇게까지 안쓰고 방치해둔 물건들을 왜 버리지 못했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몇 몇 물건들에 심하게 먼지가 앉아있다.. 

 

오늘은 베란다를 청소했는데 나에게 베란다란 = 창고 같은 개념이었다. 저 먼지구덩이 속에 물건을 방치해두고, 베란다 문을 열때마다 애써 모른척 했었는데 도저히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전부 들춰내고 버리기로 큰 맘 먹었다.

 

당장에 버려야하는 쓰레기도 있었지만, 내 추억의 물건들도 있었다.

디자인이 현란한 호랑이 무늬같은 목도리. 심지어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 때 직접 만든 내 인생 최초의 목도리이다. 지금도 왜 저렇게 현란한 무늬의 털실을 골랐는지 이해불가. 당연히 실생활에서 쓴 적 없고 이 집에서는 베란다 동파방지용 수도꼭지를 감싸고 있었다. 

 

그 다음은 스노쿨링 용품. 웃기게도 저 스노쿨링 용품을 못찾아서.. 매번 새로 사고 버리기 일수였다. 특히 저 하늘색의 얼굴 전체를 뒤집어쓰는 스노쿨링 용품은 처음 샀을 때 불량품을 받았는데, 반품이 귀찮아서 그대로 베란다에 방치해두고 있었다. 이렇게 방치해둘거면 차라리 버리지.. 아님 바로 환불하지. 정말 돈도 버리고 내 신경을 계속 갉아먹은 제품.

 

그 다음 현란한 목도리들은 캄보디아의 전통 용품인 '끄로마'. 더운 날씨라 목도리까진 아니고,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고 일교차가 있는 밤에 가볍게 두르기 좋은 물건이다. 캄보디아에서 생활할 때 유용하게 잘 썼고, 그대로 버리기 아까워서 한국까지 들고왔는데 역시나 한국에선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내 추억의 물건들이라서 두고 있었는데. 이 추억들을 가지고 계속 가기엔 내가 앞으로 향하지 못하는 느낌? 끊임없이 캄보디아에서 살 때를 그리워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블러처리 된 것들은 통장! 예전에는 통장 버리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통장을 쓰지 않는 사회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더 일찍 버렸어도 아무 큰일은 없었을 것 같지만.. 왠지 찜찜했었지. 

 

그리고 베개 2개. 나는 다른건 욕심이 없는데 이상하게 베개에 큰 욕심이 많다. 아마 깊이 잠을 못자고, 늘 꿈을 꾸느라 잠을 설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베개에 관심이 가는것 같은데 수없이 베개를 사고 몇십만원짜리 베개를 사면서도 남들이 자는 단잠, 꿀잠 한 번도 잔 적이 없었다. 항상 꿈속을 헤맸고,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냥 마음가짐을 바꾸기로 했다. 잠은 그냥 적게자도 괜찮고, 눈만 감고 있고 잠에 들지 않더라도 괜찮은거라고. 하루에 30분밖에 못자도 괜찮은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베개에 미련을 버리고 쿨 하게 놔주기로 했다.

 

그 외에는 각종 수납상자들. 거의 쓰레기 수준의 더러움이다. 

 

왕창 버렸는데도, 크게 티가 안나는건 아직도 비워야 할 물건들이 많기 때문일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집이 정말 많이 쾌적해졌다. 청소하는 걸 싫어했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아침에 테이프롤러로 바닥을 싹 청소하고 물걸레청소포를 부착한 밀대로 방을 쓱 닦는다. 

 

어제보다 오늘 더 개운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더 더 비워내고 최종적으로 개운한 삶을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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