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반짝반짝 챌린지/미니멀라이프

미니멀라이프로 가면서 일어난 에피소드

멜리에(mealea) 2020. 11. 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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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구로 버린 것들. 그런데 저 좌식책상을 누군가 훔쳐갔다!

리사이클시티에 연락해서, 버릴 예정인 가구 사진을 보내주고 폐가전 처리비용을 안내받았다. 4단 책장은 3천원이었고 사진에는 없는 좌식테이블은 2천원.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면 수거번호를 알려주는데 수거일자와 수거번호를 적어서 제품에 붙여서 배출장소에 두면 된다. 17일 수거신청을 해서 18일 배출이 될 수 있도록 배출장소에 두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황당하게도 4단 책장은 그대로 있는데, 좌식 테이블에 붙여둔 종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물건은 누가 훔쳐간 채였다. 새벽출근하면서 본 이 황망한 풍경이 너무 충격적이라 사진을 바로 찍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이었다. 상태가 비교적 깨끗하고 멀쩡했으며 미니멀라이프를 실행하기 전이었다면 어쩌면 안버렸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왠지 알 수 없는 화가 마음속에서 들끓었다. 왜 대체 이런 불쾌한 기분이 드는걸까? 내가 버린것을 모르는 사람이 훔쳐가서? (어차피 버리려고 내놓은 물건이었다.) 아니면 내가 돈을 주고 처리한 것인데 없어져서? (2천원밖에 안했다.) 아니면 좀 깨끗이 들고가면 좋은데 저렇게 붙여놓은 종이를 더럽게 떼서 가져가서?(훔쳐가는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어지럽히고 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도저히 스스로도 이 감정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업체에서 수거해가면 그대로 폐기하여 없어지게 될 물건이었고, 버리려고 결심을 했을 때만해도 '내것'이라는 감정이 전혀 없었는데, 누가 훔쳐갔다는 것을 보자마자 갑자기 '내 것'이라는 마음이 생기다니? 차분히 생각해보니 정말 모순적인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정말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쓰는 것이라면 오히려 잘 된 것이 아닐까? 좌식테이블 입장에서는 버려지는 것보다 누군가가 쓰는 것이 더 좋을 터였다. 가져가는 방식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필요로 한 사람에게 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이해하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다행이 리사이클시티에 사정을 설명하니, 좌식테이블 버리는 가격만큼은 환불해주신다고 한다.

 

앞으로 집에서 버릴 물건이 더 많을거고, 별별 에피소드가 더 일어나겠지.

그리고 내 마음이 이런저런 외부의 일들에 들끓지말고 오히려 차분히 생각할 줄 알고 평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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