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반짝반짝 챌린지/미니멀라이프

버리기 8회차 (자주 입었지만, 입기 싫었던 옷들)

멜리에(mealea) 2020. 10. 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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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이상하긴하다. 자주 입었으면서, 입기 싫었던 옷들.

 

그런 옷이 있다.

살 때 분명 이 옷을 사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쇼핑을 나왔고, 뭔가 하나라도 건져서 돌아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도 아니고 좋아하는 색깔도 아니지만 단지 체형에 맞기 때문에, 지금 입을 옷이 없는 이 변해버린 몸에 맞기 때문에 산 옷이었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알수없이 불안으로 휩싸일 때, 오랜 야근으로 스트레스가 많아질 때

눈에 보이는 음식들을 닥치는대로 입안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씹고 삼켰다.

돌아서면 후회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칠것같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없앨 방법을 먹는것 말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오늘은 정말 간단한 샐러드와 두유만 먹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집 앞 편의점을 지나칠때면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어젯밤도 편의점에 들렀다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무심코 집어 왔다.

 

그런 무절제한 생활이 지속되자 너무나도 당연하게 집은 엉망진창, 몸은 20kg 가까이 살이 쪘다.

우습게도 다이어트하고싶다거나 집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 그 정도로 심신이 지쳐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생활이 상당히 꽤 오래 지속되었다.

아주 가끔 제정신을 차리고 감정보다 이성이 활동을 할 때는 집도 청소하고 정리도하고 음식도 신경써서 챙겨먹었다. 그러나 아주 가끔이었다. 대체로 집은 엉망이었고, 계속 살이 쪘고, 게을러졌고, 권태감에 쉽게 휩싸였다.

 

그리고 아주 최근에서야 지난간의 생활을 청산이라도 하고싶어하는 것 처럼 내 안에 작은 반발심이 생겨났다.

대체 왜 이렇게 사는거지? 대체 무엇이 문제지? 명확한 문제도 없으면서 괜한 감정에 그저 휘둘리는 것 뿐 아닌가.

남들이 들으면 아마 전혀 이해를 못할 상황이었다. 화목한 가정에 가정불화도 없었고, 요새 말하는 수저계급론에 따르면 은수저급은 충분히 됐고, 남부럽지 않은 학위와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 참을 수 없는 허전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저 게으름인 것 뿐일까.

 

글이 잠깐 다른데로 샜지만, 여튼 최근에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단순하게 살기, 단샤리 등등 적게 소유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붐이 일어나면서 내 생활도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엔 생각이 먼저고 행동이 그 다음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을 알고나서 아무 생각없이 돈 쓰기를 중단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던 그간 소유한 물건들을 버리는 행동이 먼저 발생하고 나서, 생각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예전보다는 나를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그런 의미에서 오늘 버린 옷들은 정말 내가 살이 뒤룩뒤룩쪘을 때 어쩔 수 없이 샀던 옷들.

갖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한없이 스스로를 싫어하게 되는 옷들.

드디어 청산할 마음이 생겨서 버렸다.

 

좋아하지도 않는 옷을 입고 외출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생활에서 달라지고 싶다.

 

조금 더 버려보면 나도 내가 스스로 만족하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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